OTJUNGRI4 2018.8.24 – 9.14 @문화역서울284 T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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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주


000001 폴앤앨리스(Paul and Alice) 물방울무늬 남색 민소매 블라우스. 오래 전 지인이 골라준 옷이다. 옷의 색과 무늬, 적당히 윤이 나는 질감의 조화를 좋아했다. 깊이 파인 목선 때문에 단벌로 입기 쉽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옷과 겹쳐 입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젠가 이 옷을 입었을 때 수영하러 가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쨌든 좋아하는 옷은 입었을 때 어떤 말을 들어도 상관이 없다.


서울에 거주하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몸의 경험과 시간의 경과로써 공간을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 다섯 번째 개인전 《창문에서 At the Window》(취미가, 2018)를 열었고, 《두 번째 The Second》(원앤제이플러스원, 2018),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We are Star Stuff》(두산갤러리 서울,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는 소비는 이제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instagram @luoes_88


고유희 / AHA


000021 이 티셔츠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입구에 설치되었던 팀 에첼스(Tim Etchells)의 작품 〈투 비 프레젠트 To Be Present〉와 연관하여 제작된 굿즈다. 당시 제한적인 수량으로 제작되었고, 페스티벌 스태프였던 본인도 한 장 가지게 되었다. 세탁을 마친 이 티셔츠는 레터링 의류는 —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 입지 않는 본인의 성향으로 인해 고이 접혀만 지냈다. 이 티셔츠를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관객, 레터링 티셔츠 마니아가 데려가 주시길. 참고로 티셔츠 속 발췌 구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to know and to not know anymore and to find and to wonder and to doubt and to be present”.


‘아하(AHA)’ 운영자로, 영화(극장)가 되는 조건에 관심을 두고 영화를 만드는 여러 과정 중에 일한다. 그와 동시에 동시대 예술 현장과 관련 있는 주·부업에 임하고 있다. 본가가 있는 지방을 떠나 도시 생활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옷을 밝히게 되었다. 나의 상태, 크기, 질감 등을 바꾸는 옷 입기가 즐거웠다. 여러 상호의 빈티지 의류가 뒤섞인 옷장은 수년째 소강상태다.


walkingaha@gmail.com


김가영


000041 에이치엔앰(H&M) 가로수길 점에서 마네킹이 입은 모습을 보고 구매했다. 수영을 막 시작한 때라, 인어공주 같은 색깔이 예뻐보였다. 회사에 입고 갔더니 사람들이 파자마냐며 한마디씩 했다. 그 후로 한 번 더 입고 출근했고, 덜 주목받게 되었을 즈음 잘 입지 않게 되었다. 회사 갈 때 두 번, 일본 여행 때 한 번 입은 인어공주 바지.


여행가는 캐리어를 보면 여행을 가는 것인지 절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 민무늬와 무채색 옷이 많고, 멋 부리는 날에는 스트라이프를 입는다. 수영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 하고 있다. 화려한 수영복을 자주 사지만 매일 네이비색 수영복만 입는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몬생김’이라는 이름으로 향초를, ‘뜨내기’라는 이름으로 뜨개 가방을 만든다.


montsaintkim.com / instagram @montsaintkim, @tteunegi


김동신 / 동신사


000051 “운동해야 되는데.” 이 말을 마음속에서 떨쳐낸 적이 있을까? 건강을 잃으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하지만 나는 최근 몇 년을 통해 질병으로 인한 가족의 죽음과 자신에게 닥친 질병이라는 두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여전히 똑같은 말을 푸념했다. 이 옷은 도래할 일들을 상상하지 못했던 시절, 뭐라도 장비를 사면 운동을 좀 하지 않을까 싶어 명동 나이키(Nike) 매장에서 충동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입은 횟수는 (당연히) 3회를 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이 옷을 선택해준다면, 그로 인해 생긴 돈은 새로운 운동 장비 구입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다짐한다.


김동신은 ‘동신사’라는 명의로 디자인·글쓰기·강의·기획을 하고, 도서출판 돌베개에서 책을 디자인하고 있다. 개인적 기록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인덱스카드 인덱스』 연작을 진행 중이다.


twitter @dongshinsa


김동휘


000055 초록색 체크 무늬 여름 빈티지 투피스. 내가 좋아했던 모든 요소가 담긴 옷이지만, 옷과 신체의 장르가 완전히 따로 놀게 된 대표적인 옷이다. 이 옷을 내놓으려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 시절을 완전히 떠나보내는 기분이 든다......(아련)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옷을 다시 입을 일이 없다.


‘토스’에서 일하는 그래픽·브랜드 디자이너. 운동을 잘해서 가끔 디자인 말고 운동을 해야 했나, 생각한다. 스쿠터 경력은 10년이 넘지만, 최근 바이크에 큰 매력을 느껴 기변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이번 옷정리에는 어깨와 팔 근육이 무럭무럭 자라서 안 맞게 되었거나, 옷과 신체의 장르가 완전히 따로 놀게 된 옷 위주로 내놓게 되었다.


www.behance.net/huui


김소마


000090 2010년대 초반, 스트릿 패션에서 마니아층이 꽤 되었던 브랜드 어메이진(AMAZINE)의 패턴 미니 원피스. 쫀쫀하고 시원한 브랜드 특유의 원단과 독특한 패턴이 말 그대로 ‘멋’스럽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나는 어메이진이 주는 청량하고 자유로운 느낌에 빠져있었다. 출시 당시 이 원피스가 너무 가지고 싶었지만, 학생의 지갑 사정으로는 사기 어려워 오랜 시간 고민했었다. 결국 품절이 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디자이너에게 직접 연락하여 재제작 후 구매한 우여곡절의 원피스. 하지만 정작 입을 일이 없어 애지중지 보관만 하다가, 약 팔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옷정리를 핑계 삼아 내놓아본다. 팔 년 동안 단 한 번 입었지만, 구매를 후회해본 적 없는 옷. 누구든 이 옷을 가져간다면 나처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사진을 매체로 작업한다. ‘NG.AE’라는 이름으로 종종 디제잉도 한다. NOMUSIC, Bazookapo 소속. 모든 분야에 중도 없는 양극단의 취향을 가진 탓에 옷장 안에도 중도가 없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을 맞이하며 흰색, 검은색 기본 티를 경건하게 구매하고, ‘언젠가는 입겠지’ 싶은 옷을 사서 결국 한 번도 못 입고 옷장에 넣는 것으로 계절을 마무리한다. 어찌 되었든, 꽤 괜찮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instagram @soma_kim, twitter @soma_work


김지연 / 레이포이트리


000090 코스믹 원더(Cosmic Wonder)는 이십 대 초반의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였다. 이 원피스는 코스믹 원더에서 만든 거라면 모래라도 좋을 것 같은 시절에 한눈에 반해서 산 것이다. 그리고 딱 한 번 입었다. 그 날은 졸업 전시 크리틱이 있던 날이었고, 이 원피스는 당시의 설치 작업과 함께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전시 부스 전체가 (물리적으로) 눈부시길 바랐던 기분에 더할 나위 없는 옷이었다. 거대한 진주 한 알 같다는 코멘트부터 도무지 눈부시고 피로해서 보고 있기 힘들다는 원로 교수님의 짜증 섞인 얘기, 물감이 잔뜩 묻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뒤풀이에 갔을 때 차라리 이 옷이 낫다는 혹평까지 지금껏 가장 다양한 의견을 들었던 옷이기도 하다. 자주 입을 수 있거나 입은 사람을 예뻐 보이게 하는 옷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떤 날에는 누가 뭐래도 틀림없이 입은 사람의 기분을 빛내줄 옷이다.


‘레이 포에트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옷을 사는 것도, 입는 것도 생각보다 기분으로 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 뭐에 홀린 듯한 차림새로 집을 나서게 된다. 어느 날은 길을 걷다 창문에 비친 내가 붉은색만 입고, 신고, 들고 있기도 했고, 온몸이 빛나고 있기도, 각기 다른 종류의 레이스를 전시하고 있기도 했다. 이런 나를 이제 좀 옷장이 말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옷정리에 참가하게 되었다.


laypoetry.kr , instagram @laypoetry


김희애


000131 세일러 카라. 작년 여름, 베를린에서 구매했다. 오래된 해군(海軍) 용품을 판매하던 할아버지의 부스에서 발견했다. 세일러 카라는 해군의 유니폼 카라에서 유래한 것이고 주로 어린이 옷이나 여학생의 교복에 사용되지만, 탈부착이 가능하니 다르게 입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구매하시는 분의 성별과 상관없이 겨울에 피셔맨 스웨터 위나 더플코트 안에 입으면 좋을 것 같다.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프로젝트 각각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는 시각적 용기(容器)를 만든다. 문자 언어와 그림 언어의 간극을 실험하는 책 『Word Salad』(2015), 『bottle nose dolphin hotel』(2016), 『yellow colored allergy』(2017)를 만들었다.


fhuiae.com / instagram @fhuiae


나하나


000144 작년 겨울의 일이다. 코트에 데님을 입고 앵클 부츠가 신고 싶었다. 이참에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부츠를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개시하는 날, 나는 굽이 높은 신발을 못 신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신을 수는 있었지만 중심을 잡고 걸을 수가 없었다. 다섯 걸음 정도 휘청거린 후 관상용이 되어버린 부츠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려 한다.


옷이 좋아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의상실에서 일하다 보니 옷을 만드는 것보다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게 되었다. 지금은 작은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월급을 모두 해외 직구에 쓰고 있다.


도한결 / 모조산업


000194 유년기의 추억이 담긴 크리스마스 스웨터. 구매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소매까지 가득 박힌 별이 인상적이라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온 옷이다. 입어도 좋지만 입지 않아도 좋아해 줄 사람을 찾는다.


디자인 스튜디오 ‘모조산업’의 그래픽 디자이너. 작은 키를 뽐내기 위해 주로 굽이 낮은 신발을 즐겨 신는다. 옷 입기에 특별한 규칙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신고 싶지 않은 종류의 신발을 피하며 살아왔다. 몇 해 전부터는 조금씩 굽이 있는 단화에 눈길이 간다.


mojoind.kr, instagram @mojoind


박보마


000210 중고 의류를 정말 즐겨 입었다. 십여 년 전, 히피풍 의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중고 의류도 더욱 유행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히피 스타일은 안 좋아했다) 열여덟 살 무렵, 음악 많이 듣고, 혼자 자주 걷고, ‘프랑스 영화’ 많이 보던 때, 집 앞 구제 샵에서 삼천 원에 구매했던 남색과 흰색 레이스 카라 블라우스는 여전히 생생하다. 이를 시작으로 나는 동네의 ‘구제 왕자’와 ‘땡공주’, ‘캔디’ 같은 샵들을 섭렵해갔다. 지하철 역 구제 팝업샵을 전전하며 검은 봉다리를 양손 가득 쥐고 돌아와 엄마와 전쟁을 벌이곤 했던 어느 날, (흐앙!) 이천 원에 발견한 모스키노 하이웨이스트 반바지. 허리 사이즈 23. (안 맞아서 몇 번 못 입은). 만 원에 팝니다.


박보마는 반(半) 가상의 ‘fldjf studio’를 운영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물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이전 작업의 맥락에서 빗나간 것들을 모아 ‘white men decoration & boma (WTM)’ 라는 이름의 작업을 구상 중이다. 섹슈얼리티를 테마로한 액세서리 프로젝트 브랜드 ‘BB’를 공동 운영한다.


fldjfs.wix.com/qhak


박신우 / 페이퍼프레스


000217 수년 전 동대문 어딘가에서 산 나시. 당시 히피(?) 느낌에 푹 빠져 있어서 구매했고 알차게 잘 입고 다녔다.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 점점 어울리지 않게 되어, 자주 입지 못하고 옷장에 상주하던 아이. 대학 시절 추억도 생각나고 이상하게 애정이 가는 옷이라 꽤 오래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다. 다양한 색의 옷과 멋지게 믹스 앤 매치 해주실 새로운 주인분을 찾습니다. 꽃 헤어밴드와도 제법 잘 어울려요!


2016년부터 성수동에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페이퍼프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옷 취향이 계속 바뀌어 계절마다 고생하는 사람입니다.


paperpress.kr / instagram @paper_press


박의령


000222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by 미스 디아나(Miss Deanna). 금은사가 섞인 이 가방은 15년 전에 산 것이다. 이탈리아 니트 디자이너 미스 디아나가 협력해 만든 90년대 물품이라고 했다. 비싼 값을 치렀다. 메고 또 메서 네 귀퉁이를 꿰맨 실이 두 군데나 떨어졌다. 실은 다시 꿰맬 수 있다. 실이 전부 풀린다면 낡고 하찮은 가방이 되는 걸까? 고장난 희귀품을 가져갈 이 누가 있을지.


『Dazed & Confused』, 『NYLON』 피처팀을 거쳐 에어서울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든다. 브래지어를 입은 75명의 여성을 촬영한 사진집 『75A&』, JIA BADBAD라는 이름으로 일본 테크노 가요 믹스테이프 〈노려진 가요〉를 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non-no』와 『mc Sister』를 읽으며 90년대 일본 프렌치 스타일을 동경했다. 무언가를 따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지만 알게 모르게 호프 산도발이나 클로에 세비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instagram @youryung


박혜인 / 글로리홀


000264 미대 졸업 전시를 끝낸 2015년 2월, 나는 무료 기술 교육원에 지원했다. 평균 나이 오십 대의, 서른 명의 남성들과 LED·전기 수업을 들었다. 이 청자켓은 당시 교육원이 제공했던 물품 중 하나다. 전기인두, 전선 스트리퍼, 십자드라이버, 그리고 ‘안전제일’ 마크가 붙은 미묘한 청보랏빛의 작업복. 함께 수업을 듣던 한 아저씨가 네가 입으니 작업복이 아니라 패션복 같다며 웃었지만, 이 옷의 청색에는 영영 패션이 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꼈다. 명확하지 않지만, 입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용기와 기운을 받았던 옷. 그게 ‘안전제일’이라는 말에서 오는 것인지, 블루칼라로서의 정체성인지는 모르겠지만. P.S. 옷에는 이름과 직위, 소속을 쓰는 택이 있는데 나는 아직 무엇도 쓰지 않았다.


미술과 유리를 공부하고 ‘글로리홀’이라는 이름으로 조명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여름을 사랑하고 민소매 티를 즐겨 입습니다.


gloryholelightsales.com / instagram @gloryhole_light_sales , twitter @gloryholelight


송민정


000280 촘촘한 체크 무늬 가운. 코트와 로브 사이에 있는 이 옷은 외출복으로도 홈웨어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넓은 주머니와 크림 장식 같은 소매 끝이 포인트입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 혹은 한여름 에어컨 앞에서 젖은 머리로 이 가운을 입어보세요. 따뜻한 차를 더하면 기분 좋은 무드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SERIOUS HUNGER. 서울에서 활동한다. 쇼핑과 판촉, 광고, 마켓, 유통에 관심이 있고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다. 주로 셀럽, 감독, 점주의 역할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며 다소 유령 같은 행색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자신의 무드를 적극적으로 세일링(Selling)하지만 직설적이지 않다.


facebook, instagram, twitter @serioushunger


송보경


000325 자라(Zara)의 꽤 도톰한 H라인 원피스. 시원한 스퀘어넥에 반해 구입했고, 특히 노브라로 입으면 상쾌. 원피스인데 ‘여성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 같아 열심히 입었다. 이걸 입은 날 어쩐지 내 얼굴이 조금 차가워 보여서 좋았다. 곤색과 적색이 다른 두께로 획을 죽죽 긋는 것도 좋았다. 원하던 어떤 모습에 완벽했지만 내 체형과 맞지 않아 아끼고 아끼다 떠나보낸다. 이 옷에는 어떤 아우터가 어울릴지 상상이 되질 않으니 우선 솔로로 입어보시길. 왜소해 보이는 것이 콤플렉스거나, 골반이 작아 고민인 분에게도 추천합니다.


만화라고 상상하면서 쓴 문장이 연기도 되고 사진도 되고 노래도 되는 걸 보고 있다. 옥정진인, D. 백작 등에게서 힌트를 얻었고 바깥이 그렇게 보이길 원해왔다. 최근에는 어떻게 해석되든 내 몸에 어울리는 것을 더 우선으로 놓고 싶다. 은색과 적색, 형광 녹색과 연보라색을 매치하고 싶다는 상상만 한지 좀 되었다.


instagram, twitter @clorainow


시노나츠 Sinonach


000337 코스(COS) 스트링 팬츠. 가볍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착용감이 좋은 바지. 앞면에 겹겹의 실이 덧대어져 은근한 입체감과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은은한 빛이 있는 곳에서 예쁜 바지. 당시 옆에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구입했으나,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기도 하고 어쩐지 내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옷장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 언젠가 입어야지, 하며 시간이 흘렀고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것이 선명하므로 내놓는다. 이번 기회에 어울리는 주인을 만나길 바라며.


미술가. 이미지, 움직임, 소리, 텍스트를 다룬다. 요즘의 관심사는 어떤 시기와의 작별. 무언가를 남기지 않는 것. 남기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 온갖 정리가 필요하다.


아무 amu


000344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와 휴(HUE)의 합작으로 탄생한 망사 장갑. 사회 통념상 너무 과해서 자주 입지 못할 의복을 사는 것이 좋았다.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는 기분이었다. 회사와 음악이라는 평행선을 유지하기 위해 평일 옷차림과 주말 옷차림을 분리하려고 노력했다. 주말 옷들을 지켜나가야 회사에 침투당하지 않고 내 공간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아이콘으로 만든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하고, 레퍼런스의 레퍼런스를 찾으려 SNS를 헤집고 다녔다. 비주류로써 당당하게 자신을 전시하는 그들처럼 굴면 나도 소외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요즘은 그곳이 내가 속할 곳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사놓고 통 못 입게 된 옷들을 처분하면서 이유를 생각해보려 한다.


불쾌와 불소통의 경험을 사운드에 담아 납득시키는 작업을 한다. 요소들을 충돌시키고 뒤섞으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


soundcloud, facebook @amubody / instagram @aaaamuuuu


안초롱


000355 모든 것은 사이즈의 문제다. 작년에 구매한 코스(COS) 브이넥 원피스만 봐도 그렇다. 베이직한 라인에 아방한 디테일. 격식 있는 자리와 캐주얼한 자리 모두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유연성. 네크라인이 짧은 목을 보정해주고 네이비 컬러는 어두운 피부를 밝은 톤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피팅룸에서 몸에 걸쳐보았을 때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루즈 핏 스타일링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과감히 내려놓아야 했을 옷이지만 세일 기간이라는 사실이 늘 발목을 잡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에 구매한 옷은 또 이렇게 옷장에 쌓인다. 누군가에게는 ‘핏’하게 맞아떨어질 원피스. 그래, 어쩌면 모든 것은 타이밍의 문제일까.


사진을 찍습니다. 너무 많이 저장된 사진을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폴더를 생성했을 때 짓는 이름입니다. 첫 느낌에 많이 의존합니다. 그러나 첫 느낌은 대부분 틀릴 때가 많습니다. 현재 사진 듀오 ‘압축과 팽창’의 압축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whatsrong.com / instagram @whats_rong


양민영 / 불도저


000373 더 센토르(The Centaur)의 반팔 티셔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활동이 활발하던 2010년대 초반, 한강진역 부근의 쇼룸에서 구입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흰색 반팔티 같지만, 뒷판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광택 나는 천으로 되어있다. 얼음 위에 옹기종기 무리 지어있는 펭귄들이 귀엽다. 어깨의 패턴이 보통의 티셔츠 패턴과는 다르게 자켓의 어깨 패턴처럼 되어있어 입으면 어깨 각이 사는 느낌이다.


책과 옷을 좋아하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출판사 ‘불도저 프레스’를 운영하며, 잡지 『쿨』, ‘스와치 서비스’, ‘옷정리’ 등 옷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한데 묶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옷을 입을 때도 그렇다.


meanyounglamb.com / instagram @meanyounglamb


연승은


000449 꼼 데 가르송 블랙(COMME des GARCONS BLACK) 남색 자켓. 검은색 옷을 착용할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흑백 아닌 색감의 옷을 착용할 땐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진다. 그래서 색이 있는 옷은 주로 친구들이나 엄마에게 양도한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꼼 데 가르송의 자켓이기 때문에(즐겨 입는 스타일보다는 캐주얼한 편이지만) 오랫동안 놓을 수 없었으나 자주 입지 않게 되었다. 이 옷은 깅엄 체크 패턴의 원피스에 매치해서 입곤 했는데, 온도 차가 심하게 느껴지는 장소에 갈 때 유용했다.


‘멜랑콜리 베이비’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문신 작업을 한다. 흑백이 주는 묵직한 차분함을 좋아한다.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옷장에 색이 있는 옷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아껴왔지만 이제 더는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옷들을 가지고 옷정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melancholy---baby.tumblr.com


오유미 / 오차원


000454 헤링본 스웨이드 가오리 패턴 자켓. 도쿄 여행 중에 구입했다. 좋아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 사지 않을 수 없던 자켓이다. 좋아하는 헤링본 소재에, 뒷판 스웨이드에는 이색적인 문양이 수 놓여있다. 가오리 같은 패턴도 마음에 들었고 깃 부분도 조금 올라와 있어 입으면 숄을 두른 것 같아 멋지다. 어깨 부분은 커다란 블랙 스티치로 연결되어있고 단추는 나무로 되어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디테일이 많지만, 소재와 색상이 차분해서 간절기에 걸치기 좋다. 이 옷을 살 때 날씨가 무척 좋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기분도 무척 좋았다. 몇 번 입지 않고 보관만 하다가 내놓는다.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


상수동에서 꽃집 ‘오차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꽃과 차를 좋아해 좋아하는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꽃과 풀을 매일 접하고 또 보내줍니다. ‘오드미’라는 이름의 도자기 시리즈를 만들기도 하고 ‘레이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공간 디자인도 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오차원의 꽃』을 출간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균형있게 계속해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instagram @o.chawon ,twitter @ochawon


위지영


000467 자라(Zara) 플로럴 메쉬 원피스. 중요한 데이트에서 입기 위해 야심 차게 고른 옷이었다. 너무 멋을 부려 긴장한 티가 나진 않을까, 혼자만 화려해서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아니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멋을 부리자, 지난번 데이트에서는 멋을 안 부렸으니까, 같은 두서없는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섰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옷은 좋은 선택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원피스의 태슬 하나가 사라지고 없었다. 미지의 시간 어딘가에 흘리고 왔겠지. 당신이 데이트의 신비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 옷의 운을 시험해보길 바란다. 나머지 태슬을 잃어버린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소설을 쓴다. 본명으로는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 문학 강사, 코디네이터로 일해왔다. 밴드 angelepilepsy, 콜렉티브·레이블 Lynn 멤버. 2018년에 과달라하라의 Internet Public Radio를 통해 DJ로 데뷔했다. 최근 근황은 주얼리 스튜디오 CRYPTO STUDENT를 시작한 것. 쇼핑 내역과 위시리스트는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기록하며, 여러분의 관심 상품 제보도 환영한다.


soundcloud @jiyoungwi / instagram @owallabihwallabi, @stopshopping._.wi , @crt.student


유연주


0568 용호상박(龍虎相搏).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할까? 용과 호랑이가 힘을 겨루는 모습과 조화로운 바탕색에 이끌려 구입한 제품이었지만 결국 한 번도 입을 수 없었다. 불 튀기는 살벌함이 느껴지는 프린팅이지만 오히려 한겨울의 차가움이 느껴진다. 포켓몬 기술로 따지자면 ‘얼다바람’이 내내 불고 있는 것만 같은. 찰랑거리는 레이온 소재와 프린팅의 조화로, 입은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살얼음 낀 차가움을 느끼게 할 것 같다. 전투력이 올라갈 것만 같은 이 셔츠의 진가를 드래곤볼의 프리저처럼 알아봐줄 분이 데려가시길.


그래픽 디자이너. 홍은주, 김형재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W쇼 — 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 전시에 참여했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무늬는 줄무늬. 현재(2018년 7월 기준) 가장 가지고 싶은 아이템은 써네이(SUNNEI)의 니트로 만든 물병 주머니.


instagram , twitter @yeonjuchu


이다미 / 플로라앤파우나


000618 작업복도 좋아하고 올인원도 좋아하는데, 작업복은 보통 올인원이라서 좋고 작업복 기분을 낸 옷도 올인원이 많다 보니 올인원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올인원은 왜 이렇게 멋있을까. 나는 원피스도 투피스도 수트도 좋아한다. 옷을 입고 하나의 다른 덩어리가 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작업복 같은 올인원만 많은 것은 아니고 여름의 여행자 기분을 주는 멋쟁이 단벌들도 많지만, 어쨌든 작업복에 가깝다면 그만큼 자주 손이 간다. 아페세(A.P.C.)에서 2011년쯤 나온 체크 무늬 반바지 올인원은 딱 그쯤에 있다. 작업할 때 입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편한 기분이 산책자의 홀가분함과도 맞닿은 옷이라, 하루에 이만 보씩 걷는 여행을 몇 번이나 함께 했다. 사랑했고 자주 오래 입었고 낡았고 무엇보다 작아졌다. 나보다 작거나 허리가 짧은 사람의 여름과 만나게 되면 좋겠다.


‘플로라앤파우나(Flora and Fauna)’ 라는 건축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식물이 건물 같을 때, 동물이 건물 같을 때, 정물이 건물 같을 때를 유심히 관찰하고 대개 그 반대의 순간을 생산한다. 건물과 옷은 실루엣과 유사한 무엇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니폼 회사를 운영하는 고모를 따라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시기가 있었다.


dammylee.com / instagram @dammmmmylee


이다인


000649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런던에서 유학 중이던 친구가 보내준 스커트. 저지 원단에 아름다운 하와이안 그래픽이 프린트되어 있다. 영국의 저가 브랜드 프라이마크(Primark)의 제품으로, 2012년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의 리조트 컬렉션을 레퍼런스 삼아 디자인된 것이 분명한 영리한 보급형 제품이다. 마음속에 이국의 바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옷을 고이 간직해온 6년의 시간 끝에, 올여름 친구와 나는 드디어 함께 하와이에 간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디자이너.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하였다. 자카드와 실크(혹은 실크를 가장한 폴리에스터), 그리고 저지 원단을 사랑한다. 멋지고 인상적인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과 쓸데없는 것을 더는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두 마음이 싸워가며 여기까지 왔다. 가끔 사진을 찍는다.


daainnlee.tumblr.com
instagram @dain_lee__


이사람 / 구슬러


000704 멀리서도 눈에 띄는 파란 레더 스커트를 입고 런던 패션위크를 누볐던 것이 벌써 6년 전. 이사람이 런던의 한 패션잡지사에서 무급 인턴으로 혹사당하고 있을 때다. 고된 노동에 대한 유일한 보상은 패션쇼 인비테이션이었고, 이사람은 최대한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자기를 부려먹는 에디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휘황찬란한 아시시(Ashish)의 시퀸 점퍼에 이 빛나는 스커트를 입고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의 파이톤 부츠를 신었다.


이사람이 큰 부자였다면 다른 꿈은 꾸지 않고 수집가로만 일생을 살았을 것이다. 새로운 걸 꼭 만들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오랫동안 모으고 있는 몇 가지 중 하나는 구슬. ‘Goosler’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의 구슬을 꿴다. 이사람은 이름이 하나 더 있다. 그 이름으로는 패션 컨텐츠와 온라인 쇼핑몰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instagram @goosler.yisaram


이수경


000862 오래 가지고 있던 가죽점퍼.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입고 나간 적은 별로 없다.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어울릴만한 이에게 넘기는 것 사이에 고민이 많았다. 그게 나였으면 좋았을 텐데. 어느 밤 옷장에서 꺼내 잠옷 위에 걸쳐보는 시간을 몇 번이나 가졌지만...... 아쉽다.


현재 서울에서 미술 활동 중. 협소한 옷장 안에서 현재와 미래의 욕망을 잘 계산하여 옷을 정리하려 한다.


leesskk.com


임진아


000875 무취(無臭)의 리넨 소재 블루 컬러 체크 무늬 셔츠.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에서 리넨 소재 블루 컬러 체크 무늬 셔츠를 주문했다. 수령한 옷에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다. 일본의 공기 냄새가 났다. 첫 도쿄 여행, 신오쿠보 역 앞에서 맡았던 냄새. 나는 그 냄새를 좋아했다. 낡은 공기 같은, 아니 갓 태어난 먼지 같은. 옷에 코만 대면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기묘한 일도 있었다. 일본 여행 중 이 셔츠를 입고 어느 모퉁이를 지나는데 같은 옷을 입은 중년 여성과 마주쳤다. 체크의 두께감도, 컬러도, 어깨선과 팔 부분의 디테일까지 똑같았다. 인생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냄새는 사라졌다. 공석은 내 방 냄새가 차지했다. 여기 내놓은 이 셔츠는, 그 냄새를 다시 갖기 위해 같은 곳에서 산 조금 다른 블루 컬러 체크 무늬 셔츠다. 도착한 옷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한 번 착용하고 입지 않았다.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아직 임진아’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그리거나 쓰고 있다. 머물고 있는 그림과 잠잠한 문장은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옷은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편한 착용이 최고라 생각한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양말이다.


imyang.net
instagram imjina_paper


정은솔 / 밀리언아카이브


000884 손으로 그린 듯한 플라워 패턴, 큰 어깨, 대담한 장식. 전형적인 미국산 빈티지 원피스다. 요즘은 하루에도 몇백 장씩 오래된 옷을 만나는데, 어떤 옷들은 마주치자마자 풍경 같은 게 펼쳐지기도 한다. 어디에서 왔는지, 주인은 누구였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이 원피스는 한 유쾌한 여인이 우아해 보이고 싶은 날을 위해 샀다가, 단추가 자꾸 풀어지는 바람에 결국 장롱에 처박아 놓았을 것 같은 쓸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최소 몇십 년을 기다려온 이 아이의 새로운 주인이 단추를 모두 풀어 헤쳐 자켓처럼 재미있게 입어도 좋을 것이다.


성수동에서 ‘밀리언아카이브’를 운영한다. 그래픽 디자인 작업 외에도 빈티지 의류를 컨셉팅하여 판매하는 ‘밀리언아카이브마켓’, 여성 창작자들이 모여 만드는 ‘토요플리마켓’, 리소포스터 제작·발행 프로젝트 ‘저스트프린티드’ 등을 운영한다. 임대료 상승 걱정 없는 정착된 마켓 플레이스 공간을 구축하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술을 장사처럼, 장사를 예술처럼(!) 하고 싶다.


millionarchive.com
instagram @millionarchive, instagram @justprinted


조한나


000934 쇼핑(혹은 아이쇼핑)을 할 때 제일 먼저 보는 카테고리, 그것은 원피스. 내일은 무엇을 입을까에 대한 답을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한 장을 찾기 위해 스쳐 가는 많은 번뇌와 고민의 과정은 모순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 장만 입어도 편하고 멋지다는 것을. 무엇보다 나에게 어울린다면 어제까지의 귀찮음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요. 가볍고 바스락거리는 소재로 몸에 부담이 없고, 화려한 색상과 패턴으로 한 장만 입어도 멋집니다. 이 한 장이 내일의 고민을 덜어 주었으면 합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도모하는 에이전시 ‘Earwire’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 가끔 음악 관련 글도 쓰고 ‘manna’라는 이름으로 디제잉도 한다. 비교적 낮보다는 밤에, 주중보다는 주말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스타일과 위시리스트가 자주 바뀐다. 요즘에는 오버핏과 플리츠에 빠져있다.


earwire.kr
instagram, twitter @chomanna


한정인 / 코스모스 슈퍼스타


000976 은색 롱 셔츠. 이 옷은 베를린의 한 빈티지 샵에서 샀다. 베를린에서 샀다는 이유로 내가 옷정리에 내놓는 아이템 중 대표가 되었다. 2015년, 나는 베를린에서 5주를 보냈다. 유기농 콜라를 사 마시거나 손잡이가 없는 컵에 뜨거운 라떼를 마시거나 공원에 누워 달려드는 벌을 쫓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이제는 공원이 된 공항의 넓은 활주로를 달리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번쩍이는 것, 무늬가 많은 것, 색채가 화려한 것에 무조건 마음을 빼앗기는 습관이 있고 이 멋진 셔츠를 본 순간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사실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망설이더라도 아끼는 것 하나쯤은 포기하고 싶었다. 내년에 베를린에 간다. 어떤 마법처럼 이 셔츠를 다시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내놓습니다. 간절기에 긴 자켓처럼 걸치거나 원피스처럼 입으세요.


2010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음악가 동료들과 피쳐링, 코러스, 작사, 작곡 등으로 협업해왔으며 최근에는 영화 〈오목소녀〉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고, 좀처럼 남들과 같이 읽지 않는 글을 열심히 씁니다.


soundcloud @cosmos-superstar
twitter @csms_sprstr, @flowercracker


허현정


000983 구입할 때부터 이미 구제였던 청록색 빈티지 원피스. 이 옷을 즐겨 입던 시절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기억이 흐릿하다. 광택이 흐르는 진한 청록색 원단에 새겨진 자잘한 식물무늬가 움직임에 따라 빛을 반사하며 무게감을 주는 동시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기장의 플리츠가 귀여움을 선사합니다.


미술과 서비스 노동을 병행하는 파트타이머. 몇 년 전까지 주로 ‘할머니 옷’ 소리를 듣는 오래되고 화려한 옷을 선호했으나 더는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고, 간단하고 편한 옷 입기와 웃기고 황당한 옷 입기 사이에서 귀찮아하며 아무렇게나 방황하고 있다. 최근에는 윤리적 소비를 고민하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빈티지를 찾게 되었다.


hyuhyuhuhyu.com
instagram, twitter @hyuhyuhuhyu


홍세인 / 포푸리


001004 코흔(cohn.)의 모노 드레스. 작년 초에 우연히 빨간 원피스를 입은 어릴 적 사진을 찾았다. 그때의 내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그 후 몇 달간 빨간색 옷이라면 무조건 한 번 더 살펴보며 어릴 때 입었던 그 원피스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옷을 찾기 시작했다. 이 옷도 그중 하나다. 평소 팬으로 팔로우하던 텍스타일 스튜디오의 옷이기도 하고, 소재나 뒷모습의 단추 디테일이 재밌어서 구입했다. 크리스마스에 흰색 스타킹과 같이 입기로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막상 옷을 입어보니 얼굴색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러던 사이 날씨가 더워져 결국 한 번밖에 입지 못했다. 이후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다홍빛이 도는 빨간색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품처럼 집에 걸어놓고 감상만 하다가 멋지게 소화할 분을 위해 내놓는다.


리소그라프 인쇄소 겸 스튜디오 ‘포푸리’를 운영하며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옷장에 나프탈렌 냄새가 가득할 정도로 튀는 구제 의류만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얼마나 오래 편하게 입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희끄무레한 옷이 많다. 매번 알면서도 작업실에 밝은색 옷을 입고 가서 리소 잉크를 묻혀오는 실수를 반복한다.


popur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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