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JUNGRI3 2017.8.26 – 9.9 @을지로 원룸 ONEROOM
강혜리 / Air of June
000001 니트 장식의 짧은 치마. 민트색 천 위에 직접 짠 뜨개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대학생이었던 시절, 동대문 두타 지하 1층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들이 모여있었는데, 그곳에서 여름 무렵에 샀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신선함과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판단하여, 당시 16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바로 샀다. 두 번 입었는데 모두 흰 무지 반팔티에 검은 조리 샌들과 함께였다. 이후 여러 가지 일로 체중이 줄어 착용하지 못했다. 입는 의복이라기보단 하나의 사물로 간직하고 있던 옷이다. ‘에어 오브 준’. 부드러움, 자연스러움에 관심이 많은 여성 의류 디자이너. 기장이 긴 치마와 낮은 신발들을 좋아한다. |
권은진 / Saki
000014 MM6 코튼 자켓. 회사에 다니던 때에는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견물생심이라고 늘 보는 것들이 옷이니 보면 또 안 살 수가 없었다. 충동구매나 막무가내식 쇼핑이 대부분 이었다. 1년에 한두 번 치르는 편집숍들의 패밀리 세일 때에는 뭐라도 사러 출동했다. 이 재킷도 그런 대규모 세일 현장에서 대충 입어보고 쇼핑백에 막 집어넣었던 여러 개의 옷 중 하나다. 산지 4 – 5년은 넘었는데, 4 – 5번도 입지 않았다. 박시한 핏, 도톰한 두께감으로 잘 입을 수 있는 요건들이 충분한데도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컬러. 흐린 민트색 자체는 예쁘지만 내 얼굴색과 맞지 않아 항상 거울 앞에서 입어보고는 다시 벗어 옷걸이에 걸어 넣었다. 밝고 화사한 얼굴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블랙 진과 입으면 예쁠듯하다. ‘saki’라는 작업 레이블로 일하고 있다. ‘개인적인 영감과 기억을 담은 기념품’을 모티브로, 주변에서 모은 여러 재료를 이용해 직접 겪고 느낀 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패브릭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회사에서 일했던 전력으로 ‘패션'이라는 것을 ‘소비’하는 것에 약간의 싫증을 느껴, 요즘은 옷을 잘 사지 않고 주로 셔츠와 청바지 조합 같은 거의 비슷한 스타일로만 입고 다닌다. |
김동휘
000023 황금색인지 푸른색인지 모를 반짝이 원피스. 실제로 보면 정말 금색과 푸른색이 동시에 난다. 인터넷 빈티지 쇼핑몰에서 야심 차게 구매했다. 영국드라마 ‹스킨스›의 캐시 느낌이 날 줄 알고 구매했지만, 어쩐지 편한 옷과 검은색 옷에만 손이 가는 바람에 한 번도 입지 못했다. 이 원피스에 금색 양말, 검은색 메리제인슈즈를 신어주실 분을 찾습니다. 사실 꼭 그렇게 입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그래픽디자인과 굿즈만들기가 특기인 BX 디자이너. 한때 화려하고 귀여운 빈티지 옷에 미쳐있었지만, 이제는 주로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다. 탄탄한 어깨와 팔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여름엔 주로(사실은 매일) 민소매옷을 입는다. 인터넷 빈티지 쇼핑몰에서 저렴한 옷 한두 개씩 구매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구매한 옷들은 입지 않고 쌓아두게 된다. 이번에 내놓는 옷들 대부분 그러한 옷들이다. |
김은하 / Nicepress
000053 기하학적 줄무늬의 원피스. 첫눈에 반했다. 비싸서 망설이던 걸 당시 남자친구가 사줬다. 부산 남포동의 빈티지 가게였고, 옷을 입고 해운대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 빈티지여서 그런지 예쁘긴 해도 내 몸엔 너무 컸다. 소매를 접으면 좀 더 잘 맞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크다.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이 입으면 훨씬 예쁠 것 같다. 카라 크기도 적당하고, 가슴 부분의 주머니 두 개가 희미하지만 단정하게 있고, 치마 양쪽으로 주머니도 있다. 예쁜데 주머니까지 있는 원피스는 찾기 어렵다. 줄무늬 패턴이 기하학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패브릭과 패턴 구성이 아름답고, 요즘 보기 드문 색 조합이 우아하다.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를 운영하며, 같은 이름으로 종종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다. 『유물즈』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요즘은 사놓은 지 오래된 입지 않던 옷들을 꺼내 다려 입기 시작했다. www.nicepress.kr / instagram @nicepress, twitter @nicepresss |
김효재
000071 챠 – 밍 레드 스커트. 이 아이는 주인이 엄청난 구제 옷 덩어리들 사이에서 건진 진주 같은 아이다. 무심한 듯한 데일리룩에 챠 – 밍이 포인트 역할을 하며, 착용 시 허리를 강조할 수 있다. 주인은 구매 당시 허리 사이즈를 망각하는 바람에 착용할 때 숨을 쉬기 어려웠고, 이 아이는 주인을 잘못 만나 안타깝게도 옷장에서 나올 기회가 없었다. 이 아이의 챠 – 밍을 살려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 작가. 서울이라는 초-하이퍼 환경 속에 거주하며 과거와 미래 사이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현상들을 이미지로 풀이한다. 최근에는 기고자 에서 «김효재 개인전 : 수직동기화»를 했고 현재 도록 프로젝트로 『테어링』 을 진행 중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옷에 맞춰 성격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옷을 편식하지 않고 컬러풀한 옷으로 발랄한 성격이었다면, 요새는 블랙에 심취해 까칠함을 자처한다. hyojaegimm.wixsite.com/hjgimmusw / instagram @thefloppys, twitter @_FRESHfresh |
김희애
000092 오스트레일리아 울 스웨터. 포스터나 오브제를 사는 느낌으로 프린팅이나 패턴이 특이한 옷을 취미처럼 사곤 한다. 예전에는 입지도 않을 희한한 옷도 감상할 용도로 사곤 했는데, 지금은 좀 더 옷의 기능에 충실한 것을 산다. 그래도 아직 기깔 나는 프린팅 티셔츠를 모으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이 스웨터는 앞서 말한 취미의 대표적 예이다. 옷을 입기보다 공예적인 패턴을 보려고 샀던 옷이라 입었던 적은 딱 한 번뿐이다. 겨울마다 이 옷을 패브릭 포스터처럼 옷장에 걸어놓고 패턴을 구경하곤 했다. 이 옷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에 내보낸다. Fhuiae Kim.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프로젝트 각각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는 시각적 용기를 만든다. 2015년 출판사 ‘pimple’을 설립하여, 문자 언어와 그림 언어의 간극을 실험을 하는 책 『Word Salad』(2015), 『bottle nose dolphin hotel』(2016)을 집필하고 출판하였다. 요즘엔 촉감이 좋은 옷을 주로 산다. 프린팅이 귀여운 티셔츠도 모으고 있다. |
나하나
000104 리바이스(Levi’s) 청바지. 작년 방콕 여행 중 빈티지 천국 짜뚜짝 시장에서 샀다. 평소 데님에 환장해서 베트멍(Vetements)이나 리던(ReDone)과 같은 빈티지 리바이스를 득템하리라 마음먹고, 온 시장을 뒤져 5벌 정도 구입했다. 돌아와서 보니 2벌이 같은 디자인인데 길이만 살짝 달라 그중 하나를 내놓는다. 심지어 리바이스 501이다.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과 졸업 후 패션 스튜디오에서 일했고 작년에 그만뒀다. 요즘은 지인들에게 옷을 맞춰주기도 하며, 가구 디자이너인 전산과 협업하여 패브릭 관련 작업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근사한 작업복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을 위해 바지를 만들고 있고, 점차 다른 아이템도 만들 계획이다. 평소에는 청바지나 통바지에 흰색 · 남색 · 검은색 티셔츠를 주로 입는데, 최근에는 바지보다 치마나 원피스를 더 자주 입으려고 노력 중이다. |
라야
000166 남색 패턴 아우터. 무늬나 그림 혹은 글자가 있는 옷을 잘 입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런 옷을 계속 샀던 건 내게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옷 자체의 예쁨에만 홀려서 사던 시절 — 즉 옷을 잘 못 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 이 아우터 역시 그런 구매의 결과물이다. 수년 전쯤 빈티지한 옷을 파는 가게를 지나다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모습에 반했었다. 소매를 살짝 접고, 갈색 부츠와 함께 코디되어있는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옷 입기에 익숙한 나는 결국 이 옷을 입을 일이 없었고, 옷장을 열 때마다 시선으로만 아껴주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천계영의 ‘드레스코드’에서 본 후로 ‘패턴 예쁜 옷 사서 안 입기’는 막을 내렸다. 누군가 갈색 부츠와 함께 입어주길 바라며 드디어 옷장에서 꺼내본다. 시간, 빛,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의 여러 인상을 모은다. 도시 풍경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영상 시리즈 ‹가정방문›, 책 『산책론』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남색을 좋아해서 대부분 옷과 소지품이 푸른 계통이다. 최근엔 야자수 잎 같은 진한 초록색에 빠져있다. |
맛깔손
000184 은근히 입체적인 꽃치마. 얇은 시폰 소재의 롱스커트다. 평소에 긴 치마를 잘 입지 않는 편인데, 봄 · 여름에 입으면 좋을 것 같아 충동구매했다. 옷을 살 때 입어보지 않고 사서 자주 쇼핑에 실패하곤 하는데, 이 옷 역시 그냥 사고 집에서 입어보니, 체형에 어울리지 않고 사이즈도 컸다. 딱 한 번 입었고, 골반이 넓고 키가 큰 분에게 추천한다. 입으면 아랫부분의 프릴이 살랑살랑 거려 기분이 좋다. 그래픽 디자이너. 디자인에이전시 홍디자인에서 4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 외에도 현대미술과 영화/영상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평일에 미팅용으로 심플한 옷을 주로 입었지만, 주말에는 노출이 많고 과감한 옷을 입었다. 최근에는 트레이닝복과 요가복을 많이 입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핏이 좋다. |
모모미 / One More Bag, Your Mind
000192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 에그 천가방. 교토 여행 중 미나 페르호넨 매장에서 구매했다. 처음 가격을 보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한정 원단이라는 직원의 말과 가방 만듦새를 보고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품이 많은 나에게는 약간 작은 사이즈라 사용 횟수가 점점 낮아져 내놓게 되었다. 책방 ‘유어마인드’와 천가방 ‘원모어백’을 운영한다. 예쁜 옷을 보면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사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일단 사고 본다. 몸에 딱 붙는 옷은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몇 년간 꾸준하게 천가방을 모아 왔다. |
배현정
000231 푸른 꽃 미디스커트. 벚꽃이 질 무렵, 도쿄의 작은 공원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스커트입니다. 아름다운 색상과 패턴, 길이감이 마음에 들어 사이즈가 맞지않아도 구매했다가 수년째 가지고만 있었습니다. 늘 봄과 여름이 교차할 즈음 꺼내서 입어보고는 사이즈 때문에 매번 다음을 기약하며 그대로 넣어두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이제는 잘 맞는 분을 찾아가 볕도 쬐고 바람도 맞으며 여기저기 세상 구경 좀 했으면 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식탁 위에서 쓰고 그리기를 즐기다 을지로 한켠에 자리를 마련하고,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기 위해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강아지와 하는 산책을, 짙푸른 색을 좋아합니다. 검고 푸르고 하얀, 그리고 무늬가 없는 옷들이 늘고 있습니다. |
신인아 / 오늘의풍경
000243 베이비 센토르(BABY CENTAUR) 꽃이 예뻐 티셔츠. 예쁜 나염 프린트가 가슴팍이 아닌 팔뚝에 프린트되어서 더욱 예쁘다. 애정했고, 그래서 드라이클리닝만 했던, 애지중지 st. 티셔츠.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을때 구매했고, 잘 입고 다녔고, 아직도 좋아하는 티셔츠. 보내기 싫다. 그러나 바야흐로 2016년의 여름, 섭씨 34도 습도 90%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브라를 길바닥에 내버린 날, 그날 이후 나의 몸은 더는 브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꽃이 예뻐 티셔츠는 뭘해도 적나라하게 꼭지쓰가... 그래서 입지 못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세상을 뒤엎어 꼭지쓰를 당당히 뽐내고 다녀도 되는 세상이 오길. 아직은 섹시한 블랙 브라와 어울리는 비운의 티셔츠...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신인아는 서울특별시민이 된 지 5년 정도 됐다. 매일 마주치는 서울의 풍경에 큰 흥미를 느낀다. 학교는 호주에서 나왔고 현재는 성북동과 을지로를 오가며 독립출판과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옷은 늘 충동구매로. 다행히 후회는 적은 편이다. sceneryoftoday.kr / facebook, instagram, twitter @sceneryoftoday |
신해옥 / 신신
000259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페이크 퍼 여름 자켓. 여름에도 퍼를 입고 멋을 내고 싶다면, 동물을 사랑해서 리얼 퍼를 입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탐낼만한 자켓이다. 이 옷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꼼데가르송의, 그것도 내가 특히 좋아했던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10년 전쯤 도쿄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소장가치가 충분한 옷이다. 다른 옷들과 귀엽게 코디하거나, 쿨하게 코디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신’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옷장에 묵혀두었던 몇 개의 옷을 꺼내 참여하게 되었다. 어깨가 좁아 평소에 옷을 살 때 고민을 많이 하고, 그 때문인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의 옷들만 반복해서 꺼내입는 경향이 있다. |
안아라 / 홈그라운드
000268 류이치로 시마자키 옴므(Ryuichiro Shimazaki Homme) 리미티드 에디션 크로스 스트랩 코트. 정교한 패턴으로 유명한 브랜드 제품입니다. 남성복임에도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하였으나, 잘 어울리지 않아 한번 입고, 울면서 옷장에 반년 모셔두었습니다. 울 함량이 90%로 따뜻한 외투이며,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판매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입으려고 시도해 볼 참입니다. 좋은 품질의 멋있는 옷을 알아보는 분이 계신다면 기꺼이 판매하겠습니다. 고양이 털을 열심히 떼었으나 조금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식당에 취직해 요리를 시작했다. 2015년 ‘홈그라운드’를 설립하여 크고 작은 출장요리와 스타일링, 워크숍, 메뉴 개발 등을 하며,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창의적인 활동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배색에 몹시 신경 써 옷을 입는다. |
양민영 / Bulldozer
000655 검정색 거북이 패딩. 뒷모습이 거북이 등딱지 같아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날아갈 것같이 가벼운게 장점. 팔이 7부쯤 되어서 강추위에는 조금 추운 아우터일 수 있다. 3 – 4년 전 쯤 자라(ZARA)에서 샀다. 코엑스에는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데 우연히 갔다가 이 옷을 발견했다. 입어보고 마음에 들었지만, 비싸서 사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 옷이 자꾸 생각나서 다른 매장에 갔더니 없었다. 문의해보니 컬렉션 라인이라 일부 지점에만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다면 희귀템이라는 말이니 꼭 사야겠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아주 먼 코엑스까지 이것만을 위해 행차하여 결국 득템하였다. 이후 다른 검정 겨울 아우터들에 밀려 잘 입지 않게 되었다. 적당히 특이한 느낌이라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불도저 프레스’를 운영, 잡지 『쿨』을 발행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어렸을 때 부터 가장 지속적으로 쭉 해온 취미이자 특기가 옷인 관계로 그와 관련된 것을 뭔가 재미있게 해볼 수 없을까 항상 궁리하곤 한다. 최근에는 머리색을 바꾸고 보라색 옷을 주로 사는 중이다. |
양아영
000296 꽃이 상징처럼 들어간 빈티지 니트. 대략 4년 전 겨울에 빈티지 쇼핑에 능한 친구를 따라간 시장에서 구매한 니트. 단순 변심에 의한 것 중 가장 즐겨 입었던 옷이지만 이 옷을 착용했을 때 완성되는 어떤 이미지 같은 것에서 이제는 멀어지고 싶은 돌연한 마음과 같은 이유로 이 옷을 즐겨 입을만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평소 처음 보는 꽃무늬를 무조건 입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 과정의 일환으로, 정리하고 다시 찾아보려 한다. 그림 작업을 한다. 나의 옷 입기에 특징적인 면이 있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단순 변심으로 옷 입기에 임하는 것 같다. 치마를 좋아한다. 겨울의 무거운 풀착장이 멋있어 보이지만, 옷을 덜 입을수록 좋아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
오유진 / Studio Forest
000309 유니클로(uniqlo) 후드 집업. 옷장에 있는 옷은 대부분 유니클로 또는 무인양품(muji)이다. 20대 초반에는 인터넷 쇼핑을 즐겨 했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생각보다 옷이 작거나 크거나 소재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니클로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브랜드였고,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다양한 옷을 살 수 있었다. 대학생 때는 특히 ‘후드’를 즐겨 입었다. 후드에 청바지를 입으면 실패할 일이 적었다. 같은 후드 디자인의 옷을 색깔별로 3 – 4개씩 사기도 했다. 이 남색 후드 집업은 5 – 6년 전에 구입한 옷으로 역시나 유니클로에서 산 것! ‘스튜디오 포레스트’를 운영, 웹중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옷은 주로 무인양품에서 산다. 티셔츠는 무채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가장 많다. |
우한나
000321 비리디안 레이스 원피스. 나는 진한 초록색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 컬러는 여느 수채화 물감에 ‘비리디안’이라고 적혀있다. 이 컬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이미지들이 떠오르기 때문인데, 내 탄생석인 에메랄드, 그리고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생각난다. 고전적이면서 고혹적인 분위기를 상상하며 입었고, 곱게 보관하며 자주 만져봤던 옷이다. 때마침 내가 이 드레스를 샀을 때, 내 머리카락은 검붉은 갈색 머리였다. 오브제와 영상을 섞은 설치작업으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미술작가. 한때 빈티지 플로랄 패턴 원피스들에 심취했었지만, 점점 손이 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딱 떨어지는 민소매 원피스를 좋아하며 최근엔 조금씩 미니멀한 의상을 즐긴다. |
위지영
000333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11번 라인가방. 궁극의 검정 가죽 가방을 찾아 헤매던 여정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지만 마르지엘라 11번 라인이라면 내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작년 혹은 작년쯤 출시된 가방으로, 특히 팔의 힘이 좋은 분, 넉넉한 사이즈의 가방을 좋아하는 분, 궁극의 검정 가죽 가방을 찾고 있던 분에게 추천한다. 남성용으로 출시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의치 않고 구매했다가 소가죽의 묵직함에 손을 들고 말았다. 노트북을 넣고 다니기에는 힘이 들 것입니다. 소지품을 담기에는 괜찮아요. 최근에 쓸데없이 작기만 한 가방에 빠져있어 판매하게 되었다. 그냥 밋밋한 가방인 척 들고 있다가 남몰래 스티치가 보이는 면을 자랑해 보십시오. 소설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겪은 옷과 겪지 못한 옷의 낙차를 좁히고 벌리는 재미에 대부분의 가산을 탕진하며 살아왔다. 최근, 예전에는 절대 입지 않았을 옷들을 입어보면서 이제까지의 옷들과 결별할 필요성을 느낌. 요즘 빠져있는 소재는 찢어질 듯 얇은 폴리에스테르. |
유연주
000373 네온 그린 컬러 아쿠아 슈즈. 가장 좋아한다고 적은 줄무늬 티셔츠와 프린팅 티셔츠를 차마 옷정리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특이한 색의 옷을 보기만 하면 살 수밖에 없었고 한 해가 지난 지금, 그런 옷들을 주로 골라 내놓게 되었다. 이 신발도 작년 그 알 수 없는 쇼핑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오프닝(5pening)이라는 스윔웨어 브랜드에서 나온 네온 그린 컬러의 아쿠아 슈즈이다. 따로 끈이 없는 플랫슈즈로 235사이즈이다. 마치 한여름 밤, 야외 수련회 같은 곳에서 나누어 주던 야광 팔찌를 연상케 하는 형광 연두색(지금 다시 보니 NCT의 야광봉 색과 흡사하다.)에 끌려 구매했는데 애석하게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한 번도 신을 수 없었다. 신발 자체의 무게가 매우 가벼운 것이 장점. 게다가 튀는 색으로 해변에서든 수영장에서든 이 신발을 신은 이의 발만 보이게 될 것이다! 물론 NCT가 공연하는 콘서트장에 갔을 때에도 따로 야광봉이 필요 없게 될 것이고. 그래픽 디자이너. 홍은주, 김형재 디자이너와 일하고 있다. 이상한 프린팅의 티셔츠와 줄무늬 티셔츠를 보면 무조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줄의 두께와 간격, 색 조합이 아름답게 맞아떨어지는 티셔츠를 발견하면 뛸 듯이 기쁘다. 여름은 역시 박시한 프린팅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 |
이나우
000385 로우클래식(low classic) 오프숄더 니트 탑. 2014년에 샀다. 섹시한 치어리더가 입을 것 같은 분위기의 이 옷을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니트가 꽤 두껍지만 어깨 노출이 많아 덥지 않았고,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긴 힘들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게 하는 옷이었다. 이제는 입지 않아 내놓는데, 더이상 입지 않는 이유는 귀엽게 어깨를 노출하기엔 이제 어딘가 좀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내셔널 의류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멈추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그래서 요즘 소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아이보리색 옷만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
이다인
000582 빈티지 리버시블 양털 자켓. 빈티지를 한창 즐겨 입던 대학생 때 자주 가던 빈티지 샵에서 구입한 짧은 망토 스타일의 연회색 양털 재킷이다. 안감은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는 빨간색 벨벳 누빔으로, 양면으로 입을 수 있다. 학교 뒤쪽으로 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의 졸업식 날 이 양털 재킷을 입고 숲속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미묘한 광택이 도는 연회색 양털 질감과 컬러가 무채색 겨울 산과 아주 잘 어울렸던 기억이다. 한겨울, 귀여운 무늬의 빈티지 스웨터와 함께 코디해 스웨터 소매가 살짝 보이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더욱 좋겠다.함께 코디해 스웨터 소매가 살짝 보이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더욱 좋겠다. 옷을 디자인 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직장인이자 패션 빅팀. 자아를 지키기 위해 직장인의 신분이 아닐 때에는 사진을 찍고 관련 작업을 한다. 텍스쳐나 프린트, 컬러를 상하의로 미묘하게 믹스매치해 입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가 괴로운 날엔 르메르(Lemaire)의 검정색 카메라백을 매고 출근 한다. |
이사람
000506 야자수 프린트 셔츠. 나는 서울의 빈프라임이나 도쿄의 킨지 같은 옷이 아주 많은 큰 구제가게에서도 귀신처럼 미제를 찾아낸다. 다른 건 잘 틀려도 미제와 실크만큼은 백발백중. 멀리서 봐도 알고 스쳐도 안다. 이 셔츠는 내 눈에 걸린 미제다. 구김살 없이 낙천적인 프린트와 얇은 코튼 소재가 나는 미제라고 외쳤다. 나는 실크광이지 미제광은 아니라 미제라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실크조차 실크라고 무조건 사지는 않는걸. 이 셔츠는 프린트가 기분 좋아서, 그 바람에 어울리지 않는 모양인 걸 생각 못 하고 결제. 다른 하와이안 셔츠들과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여기 나왔다. 옷을 많이 사서, 입고, 수집하고, 쌓아둔다. 옷과 유행에 대한 글을 쓰고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썩 잘 맞춘다. 옷이 유통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특히 온라인에서. 온라인 의류 쇼핑 경력 17년. 지구상에 존재하는 옷이라면 어떻게든 ‘주문’할 수 있다. 이국의 옷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 그리고 실크광. |
이수경
000409 정원 같은 무늬의 원피스입니다. 패턴이나 빳빳한 핏이 마음에 들지만, 민소매를 잘 입지 않아 몇 번 입지 않았습니다. 이걸 살 때 비슷한 풍의 긴 소매 스트라이프 원피스와 고민했었는데, 다른 걸 골랐다면 자주 입었을까요? 서울에 거주하며 조각과 드로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장되고 화려한 것과 대충, 엉망의 믹스매치같은 걸 좋아합니다. 불편한 옷은 잘 못 입습니다. 최근 쇼와 아이돌이 입을 법한 드레스를 장만하였는데 날이 더워 아직 입은 적이 없네요. |
이예주
000436 도트와 장미꽃 패턴이 가득한 원피스. 지금은 검은색 · 흰색 · 빨간색 등 패턴이 없는 옷을 주로 입는데, 20대 중반에는 화려한 패턴이 가득한 옷을 자주 입었다는 걸 얼마 전 옷정리를 하다가 깨달았다. 더이상 입지 않은 옷들은 대부분 요상한 패턴으로 빼곡한데 내가 이런 옷을 어떻게 입었나 싶다. 어쩌면 한참 뒤, 나이가 많이 들면 화려한 패턴의 옷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 해 봤다. 그래픽 디자이너. 최근 인쇄 후가공 ‘도무송’을 재해석한 것을 기반으로 «UNUSED SPACE» 개인전을 열었다. 꾸미고 멋내는 것을 과하게 좋아하는 부모님 영향 때문에 꾸미고 멋내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주로 무채색을 즐겨 입고 가방이나 겉옷 정도에 좋아하는 색깔로 포인트를 두는 편이다. |
장혜운 / Regular
000444 갭(GAP) 긴 팔 티셔츠. 21살 때 국내에 갭이 론칭을 했다. 그때부터 2 – 3여 년간 신세계 본점에 있던 갭에서 주말 파트타임을 했다. 당시 유니폼이 이 티셔츠의 검은색이었다. 유니폼이 마음에 들긴 어려운데 그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일하는 기분이 좋았다. 갭은 기본 티셔츠들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다. 소재, 넥라인, 핏감, 팔 길이까지 다 우수하다. 그래서 다른 컬러들도 한두 개씩 쟁여두었는데, 이 베이지색이 그중 하나다. 가방 브랜드 ‘레귤러(Regular)’를 운영한다. 옷을 살 때는 브랜드, 보세, 구제 가리지 않는다. 지하철 환승하러 가다 종종 보이는 구제가게에서 잠깐 멈춰 사기도 하고, 가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기도 한다. 브랜드는 정해진 몇 곳에서만 산다. 옷을 살 때 가장 신중해지는 부분은 넥라인이다. 브이넥보다는 라운드넥을 선호한다. |
정은주
000454 귀염둥이 니트 롱스커트.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계기가 된 옷이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 안 나지만 20세기에 학교 앞 옷가게에서 샀다. 그로부터 2017년이 되기까지 수차례 옷을 처분하면서도 버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더 정이 들어 차마 떠나보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좋은 새 주인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못 잇겠다.) 몇 년 전 엄청나게 추웠던 겨울에 오랜만에 꺼내 입었는데 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데다 100% 울이라 안에 히트텍 레깅스 입으면 알래스카도 갈 수 있다. 번역가, 편집자. 계간 ‹GRAPHIC› 외 여러 잡지와 『백과전서 도판집』, 『예술가의 항해술』 등을 번역했고, 출판사 에디터로 잠시 일했다. 옷은 온라인 쇼핑과 빈티지 쇼핑을 즐겨 하던 때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주로 가까운 SPA 매장에서 대충 사 입는 편이다. |
조아리
000478 콜롬비아(Columbia) 레인코트. 황량한 사막의 추위와 이슬 그리고 모래바람에 조미된 콜롬비아 레인코트 · 바람막이입니다. 3년 전 북미 로드트립 중 사막 길 한가운데 자리한 이름 없는 잡화점에서 구매하였습니다. 해가 떨어진 사막, 영하의 극한 추위,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이슬 그리고 모래바람 속에서 이틀 밤낮 고생 후 얻은 눈물 젖은 생존형 레인코트 · 바람막이입니다. 희미하고 분명하지 않은 잡다한 메모들을 작성 중이며,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수시로 이동하는,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은 떠돌이입니다. 맥락 없는 옷 입기를 선호합니다. |
SHOP IN SHOP
9/2 토요일 |
9/7 목요일 |
9/9 토요일 |
+ 옷정리 안내서
글. 원룸ONEROOM 송하영
옷정리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을 정리하는 행사”이다. 첫 번째 행사는 ‹혼자 사는 법›(커먼센터, 4월 17일 - 5월 25일)에서, 두 번째 행사는 합정동 326-3 301호에서 열렸다. 나는 첫 번째 행사를 전시에서 보았으며, 두 번째 행사는 가지 못했다. 첫 번째 행사에선 옷을 구경하기 바빴고, 옷이 공간에 빼곡히 차 있는 모습 자체에 놀랐었다. 두 번째 행사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두 행사 모두 옷이 매우 많이 있어서, 옷정리를 진행하는 분은 옷이 굉장히 많은 사람인가보다, 그러면 어디에 옷을 보관하지, 옷 창고가 따로 있나, 근데 저렇게 많은 옷을 어디서 샀지, 우와 그럼 옷을 사는데 몇 시간을 들인 거야, 하면서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양민영 디자이너를 어떻게 알게 되고, 내가 신기해했던 부분을 물어보고, 자연스럽게 옷정리 다음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OTJUNGRI3는 그렇게 원룸ONEROOM에서 하게 되었다.
첫 미팅에선 앞서 치뤄진 옷정리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진행방식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손님 중 많은 분이 옷 정리를 걱정하면서도 옷정리에서 옷을 구매한다고 했다. 옷은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처분해도 금방 쌓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옷 정리를 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이전 옷정리에 손님이었거나, 평소 옷장이 궁금했거나, 옷이 많아 걱정인 사람들이었는데, 섭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작업자로 수렴되었다. 이들은 굉장히 세심한 이유로 옷을 산다. 패턴이 이뻐서, 넥라인이나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색이 좋아서, 잘 어울려서, 옷의 특정 부분을 수집하거나 옷이 가진 분위기 때문에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참가자들의 물건이 담긴 택배나 종이가방을 열어보면 그 안에는 잘 관리된 옷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옷들에 하나하나 새롭게 택이 달린다.
28명의 참여자가 내놓은 750개의 옷 각각에 택을 달고, 스와치서비스의 ‘이동하는 옷장’ 10개에 브랜드 유형별로 옷을 구분하여 걸었다. 어떤 옷장은 데님 소재만 모여있고, 어떤 옷장은 빈티지 의류로 가득하다. 하이패션으로 채워진 옷장이 있는가 하면, 내셔널 브랜드로 가득찬 옷장도 있다. 쌈지(Ssamzie)부터 아크네(Acne)까지 모두 한 옷장(이면서 공간)에 있다. 걸린 옷에 따라 형태와 재질이 동일한 옷장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 옷들을 살 것이고, 이 옷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옷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누군가의 몸에 걸쳐 있을 것이다. 뭐 또 이런저런 이유로 옷 정리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럼 또 이런저런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옷장에 걸리거나…그만하도록 하자. OTJUNGRI3을 준비하면서 나는 옷을 사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지금 옷 입는 스타일이 고정되어 있어 같은 브랜드의 옷만 계속 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이 브랜드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옷장을 채우는게 어색해졌다고 해야 하나, 근데 OTJUNGRI3을 준비하면서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었고, 이전엔 잘 시도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잘 어울릴법한 옷을 몇 개 발견했다. 그 옷이 있는 위치를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있다. 벌써 옷을 입고 다닐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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